Vol.5 음악페스티벌
예전, MBC 라디오스타에서 자우림의 김윤아가 '워터밤은 음악 페스티벌이 아니지 않나요?'라는 발언으로 소소한 화제를 일으켰었다. 행사의 목적이 음악에서 물축제로 주객전도 되었기 때문에 현재의 워터밤은 음악 페스티벌이 아닌 게 맞다고 본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수 많은 페스티벌 중 진짜 음악 페스티벌은 어떤 게 있을까?
내 주관적으로 생각해 봤을때, 우리나라 음악 페스티벌의 원조격은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이라는 락 페스티벌이었다. 숨은 고수(루키), 무림 고수(활동중인 밴드), 깜짝 게스트 등으로 라인업을 꾸렸고, 출연진은 당연 락을 기반으로 한 밴드들이었다. 1999년에 처음 시작되었으며 이때 숨은 고수 라인업에 '넬'이 있었다. 1999년은 조선 펑크가 탄생한 해이기도 하다. 조선 펑크란, 당시 홍대 인디씬에서 활동하던 크라잉넛, 노브레인, 레이지본, 럭스 등의 펑크 밴드들이 합심하여 하나의 컴필레이션 앨범을 발표하였고, 이 앨범명이 '조선 펑크'였다. 이 앨범은 상당히 많은 락 매니아들을 양산시켰으며 이는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의 흥행으로까지 이어졌다.

2000년대 초까지 이렇다할 음악 페스티벌이 없었기 때문에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은 국내 유일무이한 음악 페스티벌로 자리를 잡았지만 2006년도에 시작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 인천광역시의 막대한 후원에 힘입어 해외 유명 밴드를 섭외하며 크게 성장하자 자연스레 잊혀져가는 페스티벌로 전락하였고 2014년을 마지막으로 역사의 한 편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자연스레 국내 원티어 페스티벌로 성장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2010년 중반에 들어서며 락의 쇠퇴와 함께 얇아진 라인업으로 인해 서서히 힘을 잃어 갔다. 해외 유명 밴드 두 세팀을 헤드라이너로 세웠던 과거와 달리 국내 밴드로 대체하기 시작하였고, 락 매니아들의 발길은 줄어들었다. 펜타포트는 아직까지 인천의 후원으로 지속되고 있긴 하지만 예전의 명성은 찾아보기 어렵다. 팬들의 염원이었던 콜드플레이 섭외는 결국 이루지 못 한 채 아쉽게도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과 같이 서서히 잊혀져 가는 페스티벌로 진행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반대로, 기우는게 있으면 우뚝 솟아나는 것이 있기 마련. 2010년대는 유럽발, 더 자세히 보자면 네덜란드와 프랑스, 벨기에 등에서 EDM의 열풍이 불고 있었다. 따라서 한국에서는 2007년 처음 시작된 월디페가 그 빛을 발하는 시기가 도래하였다. EDM 인기에 힘입어 세계 최대 EDM 페스티벌 중 하나인 UMF가 한국 진출을 선언. 2012년 부터 지금까지 공연을 하고 있으며 화제성이나 라인업, 관심도 등 여러 지표상으로 국내 최고의 페스티벌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UMF, 월디페 등 EDM을 기반으로 한 페스티벌이 성공적으로 런칭 및 인기를 끌게 되자 국내 기획사에선 우후죽순 페스티벌을 런칭하게 되었고, 과거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이 유일 했다면 지금은 페스티벌을 검색하면 수십개가 나오는 정말 장족의 발전을 이룬 대한민국의 페스티벌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겉모습만 봤을 땐 일반 대중들의 즐길 거리가 많아진 요즘이지만, 음악팬들 입장에서는 사실 아쉬운..워터밤과 같은 가짜 페스티벌도 흔치 않게 볼 수 있다.

어떤 페스티벌인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어느 EDM 페스티벌에 박명수가 공연을 한 적이있다. 이벤트성 라인업이 아닌 메인 라인업이었다. 박명수를 통해 화제성과 더불어 티켓 판매 증진을 노려본 전략일텐데, 상업적인 측면에서 어느정도 성공이 보장된다 하더라도 페스티벌의 정의, 의의, 정체성에서 만큼은 아주 낮은 평가를 받을 수 받게 없다. 이게 무슨말이냐면, 락 페스티벌엔 락 밴드와 밴드 음악 팬들이 모여 화합의 장을 만들어야 그 의의가 있다. 재즈 페스티벌이라면 재즈 뮤지션이 무대에 서야 한다. 매우 단순한 얘기 같지만 반대의 상황을 예시로 들어보자면, 의사 학회에서 발표자는 당연히 의사여야 한다. 의사로서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지식을 공유하고 전파해야 하는 자리다. 하지만 의사가 아닌 의대를 꿈꾸는 중,고등학생이 발표를 하게 된다면 그 학회의 위상은 곤두박질 칠 수밖에 없다.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의사나 의학 관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회 존폐 기로의 구원자(?)는 일반 대중들이 될 것이다. '중,고등학생이 의사 학회에서 발표를 한대', 'OO아들이 이번에 학회에서 발표한대'.. 소문을 타고 의학 관계자가 있어야 할 관객석은 일반 대중들이 차지하게 된다. 결국 학회는 권위를 잃고 대중적인 행사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대중들 입장에서는 중,고등학생이 의학 발표를 하는 신기한 모습과 함께 의학 지식의 습득이라는 나름의 기대를 안고 참석을 하겠지만 심도있는 내용이 오갈리가 없다. 이도저도 아닌 목적과 의미를 지닌 퇴색된 학회가 되는 것이다.
이런 가짜 페스티벌들이 있는 반면, 진짜 페스티벌도 당연 존재하는데 그 중 한 가지를 추천하려고 한다.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피스트레인은 음악을 통해 평화를 경험하는, 동시대 평화를 탐색하고 발견하는, 비상업적이지만 대중친화적인 뮤직페스티벌 입니다'

이 페스티벌은 분단국가인 한국의 최전방 철원에서 열린다. 최전방에서 평화를 노래하고 즐기자는 컨셉이다.
라인업을 구성하는 기준으로는 기본적으로 라이브를 잘해야 하며 음악적 발견을 하게 하는 뮤지션이어야 한다고 한다. 또한 실력이 있는 뮤지션이지만 큰 무대에 서보지 못했던, 예전 쌈지사운드페스티벌의 숨은루키와 비슷한 뮤지션들을 초청한다고 한다. 실제 2024 피스트레인의 라인업을 보면 글렌체크와 이센스를 제외하면 대중적으로 알려진 뮤지션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연예인 박명수가 아니라 진짜 뮤지션들의 공연장인 것이다.

이 페스티벌의 가장 큰 장점은 꾸밈이 없다는 것이다. 보통의 이름이 알려진 페스티벌의 경우 '나도 가서 즐길 수 있을까?', '나도 가도 될까?'라는 고민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페스티벌 자체에 꾸밈이 많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꾸미고 가야하는 부담감이 작용할 수 밖에 없다. 그에 반해 피스트레인은 일상생활에서 한 데 모여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다양한 사람들이 망설이지 않고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피스트레인은 해가 거듭될 수록 입소문으로 인해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는 추세다. 음악 페스티벌에 걸맞는 진짜 뮤지션들의 공연, 분단을 상징하는 최전방이라는 장소에서 열리고 철원 노동당사와 같은 곳에서도 공연을 하며 '평화'라는 취지를 살리려는 노력, 철원주민은 무료화를 선언함으로써 모두가 어울려 즐길 수 있는 페스티벌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라인업을 보지 않고도 가고 싶은 페스티벌이 되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추었다고 생각한다.
최근들어 수 많은 페스티벌이 우후죽순 생겨났지만 마치 거품과 같이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 페스티벌이 많다. 거품은 아직 꺼지지 않은 현재진행이라 보여지고, 페스티벌의 이름을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겠지만 의미없고 본질없는 가짜 페스티벌들이 과연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 흥미롭게 관찰하는 한 편 피스트레인과 같은 진짜 페스티벌이 계속해서 생겨나길 바래본다.